´″″°³о★친구들 수다방

동창회 후기

운광 2011. 4. 10. 11:01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무심코 받아든 수화기 너머로 점석군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여보게! 퇴근후 올거제?

어디를.......(망설임의 표현)

아따! 얼굴보고 술한잔 하게 꼭 오소잉~

그려 알았네. 사실 일일 업무결과 보고서 작성중이어서

대충 건성으로 대답했는데 전화를 끊고 나니 "아뿔사"하는 후회가 됩니다.

이일을 어쩐댜... 하필 한식준비 하느라 고생 많이한 직원들 격려 차원의 회식이 있는데...

 

퇴근시간이 다가옵니다.

어디를 가게 되든

조건 반사적으로 세면실로 향합니다.

양치를하며 빼꼼히 거울을 올려다 본 순간 검었던 머리에 저주스런 흰올이 여기저기

잡초처럼 앙상합니다.

가슴속에서 용솟음 치는 뜨거운 그 무언가를 억누르려니

믿기지 않는 오십의 나이가 원망스럽습니다.

 

지나가버린 시간의 회한과 윤기나고 검었던 머리카락이 전설이 되어버린 현실에

거울 앞에선 중년의 사내 모습은 왜소하고 초라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열심히 달려왔는데...끊어질것 같은 심장의 압박도 참고 견뎌 왔는데...

아직도 미완성인 "나"의 캔바스는 여기저기 빈곳이 너무도 많아 보입니다.

형이상학적 "나"를 꿈꾸며

무엇이 "행복"이고 어디까지가 "성공"적인 삶인지 가늠할수 없는 컴컴한 어둠같은 인생...

남편,아빠,가장이라는 올가미가 오늘따라 무겁고도 힘에 부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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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몰아 곧장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제 휴가나와 아직 얼굴도 보지못한 큰녀석,도서관에 간 작은녀석, 연장근로를 하는지

아직 돌아오지 않은 집사람 그러고보니 오늘 퇴근은 내가 1등입니다.

아무도 없는 빈집에 혼자 있을때의 휑한 공허 함이란...............

다들 바쁘구나... 그래 가보자...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버스 정류장으로 향합니다.

낯익은 버스가 잠시후 도착합니다.

1500-2번 사당역에서 에버랜드를 왕복하는 광역버스 입니다.

토요일 퇴근시간 예상외로 텅빈 버스에 몸을 싣고 잠시 생각에 잠깁니다.

요것들헌티 만나면 뭐라 해야 허나.....

다정다감이란 말로는 표현이 부족했던 친구들...

많이들 변해 있으리라~

3년간의 공백 끝에 컴백홈인가?

그런 생각을 하는데 어느덧 버스는 경부고속도로에 접어 듭니다.

잘 달리는가 싶던 버스는 주차장 처럼 꽉 믹힌 도로에서 가뿐 숨을 토해 냅니다.

 

다시 전화벨이 울립니다.

어야~ 오고있제? 어디쯤인가?

아니...........

에이 장난하지 말고 오고있제?

잔뜩 기대한 목소리로 채근대는 점석이에게 장난기가 발동 합니다.^^

기다리들 말랬잔여~

그럼 안온다고? 아니....잠시 기다리라고~

에이 이사람아! 12시까지 기다릴텡게 와! 다소 실망하는듯 톡 쏘는듯한 목소리로

전화를 끊는 점석이가  재밌습니다.

자슥~뾰루뚱허긴........ 그래 간다. 잠시만 기다려라~

 

차에서 내려 담배 한대를 입에 뭅니다.

이 죽일놈의 담배, 너는 평생 나와는 떨어질래야 떨어질수 없는 운명인가 보다.

터벅 터벅 걸음을 재촉하며 도착한 모임 장소에는

다음과 같은 광경들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웃고,깔깔대고,왁자지껄 분위기 달아 오른 현장을 보며

찍사의 본능인지 연신 셔터를 눌러 봅니다.

아까 잠시의 망설임이 부끄러움으로 다가 온 순간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고마운 친구들,멋진 친구들

이 모습 이대로 영원했으면.............................

 

 

 

♣♬70년대 좋은노래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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