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24일
24일 새벽 2시 모두가 잠든 사이 홀로
무주 리조트를 출발하여 스키장 슬로프를 걸어 오릅니다.
너무 많은 눈이 내려 통제 중이지만 규칙과 사진 사이에서 갈등은
접어 두고 사진을 선택 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 입니다.
한발 한발 내딛는 사이 물을 뿌려 눈을 만들기 위한
기계의 소음과 초속 6~7m의 강한 바람에 기계에서 뿜어져 날린 눈이
온통 시야를 가리고 눈을 뜰 수 없는 상황 이지만
여기서 포기할순 없기에 강한 정신력으로 버티고 한발 한발 걸음을 뗍니다.
언뜻 언뜻 보이는 산 정상의 설천봉 쪽엔 밤이라서 희미 하지만
하얀 상고대가 환상 입니다.
약 700m쯤 오르니 물을 뿌려 눈을 만드는 구간도 끝이 나고
이내 적막속으로 빠져드는 슬로프를 묵묵히 걷습니다.
영하 12도 벌써 이마와 등에서는 땀이 비오듯 쏟아 집니다.
설상 가상 그동안 내린 눈이 무릎까지 빠지는가 싶더니
어느 구간에서는 가슴 높이 까지 빠집니다.
힘들게 힘들게 한발 한발 러셀을 해가며 올라 가는데
왠만하면 참고 견디는 성격 이지만 햐! 너무 너무 힘이 듭니다.
당초 2시간 반정도 예상 했던 시간이 3시간을 넘기고 3시간 반이 되어서야
겨우 설천봉에 다다랐습니다.
두다리는 쥐가 허벅지 까지 내려 한발 걷기가 어려운 상황
가다 쉬다를 반복하여 설천봉에 도착하니 새벽 5시 반이 되었습니다.
체력의 소진으로 기진맥진한 상황
잠시 언 몸을 녹이고 가려고 화장실에 들어가
따뜻한 커피도 한잔 마시고 양말도 갈아 신고 쉬다
6시 반에 향적봉을 향해 오릅니다.
언뜻 상고대 사이로 휘황한 여명이 밝아 오고
평소면 10분이면 올라갈 거리를 30분이 걸려 올라 갑니다.
힘들게 올라 아래를 내려다 보니 이쪽 저쪽으로 환상적인 운무가 춤을 추고
아침 빛에 비친 상고대는 황홀하기 까지 합니다.
향적봉 기온 영하 18도 체감온도 영하25도 모처럼 맞는 대단한 칼 바람입니다.
뷰파인더를 확인하기 위해 얼굴이 닿은 부분은 닿자마자 하얀 얼음이 달라 붙습니다.
한참을 정신 없이 카메라에 담고 있는데 대피소 박봉진 대장께서 올라 옵니다.
밑에서보니 운해가 좋아 올라 왔다면서 이렇게 눈이 많이 쌓였는데
어찌 올라 왔느냐고 묻습니다.
그냥 저냥 올라 왔다고 하니 저더러 징한 사람이랍니다.^^
겨울 덕유산을 담아 보려고 15년 전부터 겨울이면 꾸준히 도전 했지만
덕유산은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쉬이 열어 주지를 않았는데
이번에는 그런 제가 안되 보였는지 모처럼 멋진 장면을 보여 줍니다.
그 전주에도 올랐지만 상고대도 그렇고 운해도 없는
밋밋한 사진 몇 컷 담고 하산 하였는데
이번에는 쓸만한 작품을 담았으니 기쁜 마음으로 하산 길을 서두릅니다.
새벽에 오를때는 다시는 이런 고생 하지말자 마음 먹었는데
왠 걸 그런 다짐은 온데 간데 없고 내일의 목적지 월출산을 향해 출발 합니다.
무주리조트에서 월출산 경포대 입구 까지는 차로 3시간 반이 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