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9/13일(일)
무려 두달만에 산행을 하기로 했는데
설악은 연이은 태풍 마이삭과 하이산으로
초토화 되어 모든 등산로가 폐쇠되어
대안으로 선택한 곳 남덕유산
마침 쑥부쟁이도 만개 할 철이라 기대감 가득안고
동수원IC를 거쳐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를 타고
적상IC로 나갔다.
영각사 입구 등로 앞에 차를 세우고
02시30분 남덕유를 향해 간다.
출발점부터 남덕유(150.7M)정상 까지는 3.8km다.
처음 가는 남덕유라 기대감도 한껏 부풀어 오르고
계곡을 가로 지르는 나무 다리 두개를 통과하니
지금부터는 길이 된비알이다.
아무도 없는 등로에 거북이 같은게
오솔길을 가로 질러 가길래 가까이 가서
랜턴을 비치니 고슴도치다.
남덕유에서 만난 첫번째 손님이다.
이윽고 길고 긴 나무계단 오르면서 세어 봤더니
176계단이다. 그리고 연이어 147계단이 나오고
그후로도 계단은 끊임없이 가쁜 숨을 몰아쉬게 한다.
마지막 계단을 올라서서 허기진 배를 채우려고
가지고 간 옥수수 스프를 한컵 하니
세상 부러울거 없는 맛이다.
잠시의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하며
아랫쪽을 내려다 보았더니 운해가 가득이다.
오늘 무언가 보여 줄려나 보다.
더욱 더 커진 기대감과 설레임으로
남덕유 정상에 올라 배낭을 내려놓고
주변을 살피니 쑥부쟁이는 커녕 다른 들꽃도 보이지 않는다.
그사이 남덕유 정상도 짙은 운무에 가려지고
비까지 내리기 시작한다.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고 여기에 있어도
아침 일출 보기는 어려울 것 같아 서봉으로 가기로 한다.
남덕유 정상에서 서봉까지는 1.2km
일단 그곳까지 가서 상황을 지켜 보기로 하고
발걸음을 재촉한다.
30여분 남짓 걸려 서봉 헬기장에 도착했는데
일출 시간인데도 하늘이 열리지 않는다.
이슬비는 좀더 굵은 가랑비로 바뀌고 오싹 한기가 밀려 온다.
주섬주섬 바람막이 윗옷을 꺼내 입고
납작한 돌위에 앉아 잠시 졸았는데
인기척이 난다.
서울에서 오셨다는 그분 일기예보 보고
좋을것 같아 왔는데 이게 뭐냐며 투덜거리다
인증샷 한 컷 찍어 달래서 인증샷을 찍어주고
곧바로 하산 하신다 하여서 나도 배낭을 싸서
함께 하산길에 오른다.
하산길은 육십령 방향으로 내려가다 삼자봉 갈림길에서
육십령 방향을 버리고 왼쪽 교육원 가는길로 가야 한다.
한참을 내려가다 뒤로 서봉을 바라보니 빼꼼히 하늘이 열린다.
하!!!
이걸 어쩌나....!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분께 먼저 가시라 하고
되돌아 서봉쪽 비탈을 다시 오르는데
마음은 바쁘지 걸음은 무겁지 숨은 턱까지 차오르지
이제 까지 올라오며 힘들었던 것 보다
지금이 더 힘이 든다.
그렇게 올라 서봉에서 보니
남덕유와 삿갓봉 무룡산 덕유산쪽으로
운해가 피어올라 장관이다.
서둘러 카메라를 꺼내 셔터를 누른다.
아예 꺼내보지도 못하고 내려갈 상황 이었는데
뒤늦게나마 하늘이 조금 열려
곰탕(빛이 없는 하얀 운해가 곰탕 같다해서 부친 사진가들이 부르는 은어)
몇 컷 담고 하산길을 서두른다.
오늘 산행거리는 약9.7km
사진찍느라 머무른 시간 빼고 순수 산행 시간은 약 5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쑥부쟁이도 기대만큼은 아니지만
남덕유를 처음 오른것에 의미를 부여 하고 싶다.
PANORAMA View로 담은 세컷
서봉(1,492m)에서 함양 적상면 방향으로 운해가 가득이다.
오른쪽에 쑥부쟁이 한무더기가 피어 있어 위안을 준다.
서봉 정상에서 헬기장과 삿갓봉 방향으로 담은 view다.
서봉 아래에서 덕유산 향적봉 방향으로 담은 view.
가운데 뾰쪽한 봉우리가 삿갓봉,그뒤로 오른쪽에 보이는 봉우리가 무룡산이고
향적봉은 운무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