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속
회오리치는 눈이
빈 나뭇가지에 앉아
주렁주렁 눈꽃을 매단다
앙앙거리는 전깃줄
유리창 흔드는 바람 소리
흉기보다 무서운 불면에
나를 조용히 내려다보는
잠 못 드는 밤의 눈동자
불멸의 잠 속에서
수천 번 퍼덕이는 생각
그를 그리워했던가
내가 사는 이유였던가
내 가슴과 그의 세상은 달라
사랑의 잉태는 고통스러운가
아픔도 누군가의
기쁨이 될 수 있다면
시련이어도 좋겠는 이 시간
앙다문 가슴 더없이 따뜻해져
담장 허무는 사이, 이미 먼 그대
시린 그리움 하나 / 이 보 숙
2016년 01월 24일 만연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