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국립공원

북한산 산행기

운광 2014. 7. 8. 20:49

 

 

막상 길을 나섰지만 갈곳이 없었다.

잔인했던 4월을 보내고 세월호의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임병장의 총기 난사 소식은 많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고통과 아픔을 안기며

왜? 라는 물음표를 던졌다.

 

7월이 시작되고 첫번째 맞은 휴일

어느덧 여름의 깊숙한 곳에 와 있는 느낌이다.

 

안타까운 영혼들의 죽음과는 무관하게

녹음은 더욱 짙어지고

삶의 시간은 쉼없이 흘러만 가고...

 

요 몇일 끊임없이 욱씬거리는 고통의 편두통을

식히기라도 할 요량으로 조건 반사적으로

일기예보와 습도를 살폈지만

그 많은 전국의 산들중에도 내게 오라고 손짓하는

명산은 없었다.

 

몇일전 함백산의 운해가 대박이었다는데...

아냐~ 나 한테는 그런 행운도 주어지지 않던걸...

그래 비싼 기름 때가며 먼길 달려봤자

초라한 귀경길이라면...

전부터 한번 오르려고 했던 북한산을 가보자...

 

지난주 도봉산을 오르고 너무도 힘들었던 기억이 있긴 하지만

그땐 설악산을 다녀온 직후였으니 그랬을터...

북한산 도선사로 차를 몰았다.

 

집에서 01시 30분 출발하여 도선사 입구 주차장에 도착하니

2시10분쯤이 되었다.

가끔씩 검은 수풀 사이로 빼꼼히 보이는 하늘에

별이 초롱하다.

잠시 장비를 챙기고 곧바로 하루재를 오르기 시작한다.

 

아무도 없는 한밤중의 산길은 터벅터벅 내 발자국 소리만 들리고

가끔씩 구슬피 울어대는 소쩍새의 흐느낌만 산속에 잔잔한 파문이다.

 

 

만경대에 오르니 아무도 없다.

한 참을 이런생각 저런생각하고 있는데 어떤분이 한 분 올라 오신다.

한 여름인데도 정상은 쌀쌀한 기운이 감돌아 배낭에 넣어둔 바람막이 외투를 꺼내 입고서야

한기를 달랠수 있었다.

그렇게 기다린 끝에 여명이 밝아오고 북한산 만경대의 비탈에 위태로운 삶을 살아가는 명품 소나무부터 한컷 담아본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소나무가 서있는 아래쪽은 천길 낭떠러지다.

이곳에서 작년봄 여자 사진가가 미끄러져 추락하여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애시당초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약 1시간 반에 걸쳐 만경대에 도착하여

발아래를 굽어보니 기대했던 운해는 오간데 없고 짙은 박무가 헐떡이는 숨을 더 가쁘게 한다.

그러나 운해가 없으면 어떠랴~ 저토록 아름답고 찬란한 붉은 해의 용솟음은

편두통으로 심한 가슴앓이를 한 내게 두통약 이상의 효과를 안겨준다.

 

그래 이순간 만은 내가 최고이고

내가 세상의 가장 높은곳에 있는거다.

 

고개를 돌려  백운대와 인수봉을 바라보니 역시 너무도 아름다운 일출빛이다. 

 

만경대에서의 촬영을 마치고 바로 맞은편에 북한산 최정상의 백운대를 오르기로했다

만경대와 백운대는 위문이라는 작은 북한산성의 문을 깃점으로 나뉜다.

 

약 300m 가파른 철계단과 위태로운 화강암 비탈을 지나

드디어 북한산 해발 837m 정상에 올랐다.

여기까지 오르는 동안 많은 땀을 쏟았고 또한 많은 생각을 하였다.

나는 누구이고 어디서와서 어디로 가는가?

마음 한구석 쓸쓸함이 더해가면 자신에게 늘 던졌던 질문을 또 해본다.

예까지 왔는데 인증샷은 남겨야겠지...

어디를 가도 거의 홀로여서 인증샷 담는것도 당연히 셀카놀이다.

이럴땐 무거운 삼각대를 짊어지고 온 보람이 있네...ㅎ

산세 수려한 북한산 세계적으로도 도심속에 이렇게 국립공원이 위치하고 있어

언제든 머리를 식히러 오를 수 있는 국립공원을 갖고 있다는건 우리에겐 축복이 아닐까?

세로로 다섯장을 파노라마 촬영하여 본다.

정상에서 한참을 머물다 가지고 간 오이 한개를 베어물고 다시 도선사를 향해 내려 가는길

올라올땐 헉헉 대느라 보지 못했던 기묘한 바위가 보인다.

새의 주등이를 닮은것도 같고...오리를 닮은것도 같고...

배낭에 넣었던 카메라를 다시 꺼내 몇컷 담아본다.

 

위 새를 닮은 바위에서 조금더 내려가니 바위위에 아름다운 소나무 한주가 위태로운 삶을 지탱하고 있다.

소나무야 너도 나와 같은 처지구나...가엾은 소나무... 왠지 모를 동질감을 느낀다.

위문까지 하산하여 뒤돌아 보니 백운대의 웅장함에 압도 당한다.

맨위 가운데 아까 셀카놀이했던 백운대 정상이고 태극기가 펄럭인게 보인다.

 

 

이곳이 위문(백운동암문)이다.

 

 

백운대 정상에서 위문을 거쳐 하산길 깔딱 고개를 내려오다보면 백운산장이 자리하고 있다.

도선사코스로 이곳까지는 1시간 남짓 밖에 걸리지 않아 하룻밤을 묵어가는 길손은 많지 않다고 한다.

주인 할아버지가 아침 이른 시간에 일어나 탁자를 닦고 마당을 쓸고 계시다

첫번째 손님이라며 반겨주신다. 한잔에 천원하는 따끈한 커피를 주문했다.

쳐다보는 눈동자가 왠지 슬프게 보이는 커다란 수컷 누렁이...

처음에는 이곳 산장에서 키우는 개인줄 알았는데 할아버지께서 들개라고 하신다.

무슨 사연으로 이 높은곳까지 흘러 들어와 노숙견이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먹을거라도 있으면 주고 싶은데...배낭엔 조금 남은 마실물 밖에 없다.

가엾은 녀석... 

이렇게 빤히 쳐다보고 있어 손을 내밀어 보지만  일정거리로 가까워 지면 바로 꽁무니다.

 경계심이 무척 강한걸보니 너도 인간에게 버림받고 말 못할 아픈 사연이 분명 있었나 보다.

간밤 오를때는 힘든지 몰랐는데 이렇게 내려다보니 계단 길이가 보통이 아니다.천천히 내려가며 세어보니 135계단...

그래도 컨디션이 괜찮아선지 밤에 한번도 멈추지 않고 단번에 올랐다.

 

수 많은 사람들이 오가며 한개씩 쌓아 올린 돌탑

모두가 한결같이 소원성취를 빌었으리라...

 

 

이렇게 아무도 없는 호젓한 길을 나홀로 걷고 있다.

숲의 향기는 깨끗하고 쾌청한 산공기의 효과인지 지끈 거리던 편두통도

조금은 진정이 된듯하다.

 

 

하루재 정상표지석 이곳에서 잠시 쉬어간다.

산행 시작 깃점인 도선사 가까이 내려오니 내가 올랐던 코스 안내도가 보인다.

저길을 단숨에 내달리듯 올라갔다 내려왔다.

 

차로 오를수 있는 종점엔 이렇게 불상이 자리하고 있다.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마음을 다잡고 삼배 합장으로 소원성취를 빌어본다.

물론 나를 아는 모든 분들의 소원 성취도 함께...

 

편두통...

그것은 내 영혼을 갉아내고 쪼아대며

몇날을 혼미하게 한다

폰도 컴도 제대로 들어 오지 않고

화면속 글자들이 제 멋대로 돌아 다닌다

 

붉은 심장 근처

서성임의 흔적 처럼 애잔한 그리움 처럼

붉디 붉게 토해내지도 못하는 서러운 몸짓이...

마치 내 편두통의 신음 처럼 닮아 있다. 

 

지금 스피커를 통해 흘러 나오는 님의 향기란 노래중에

까맣게 태워 버린밤 너무 허전해 뜨거운 가슴으로 길을 나서도

막상 갈곳이 없었다.

 

노래에 취해 아픔에 취해 응어리진 불덩이가 짓누르는 가슴을 부여잡고

안간힘을 써보지만 무엇인가 울컥 목젓을 타고 넘는다.

세월은 덧 없고 이승의 삶은 속절 없는데...

 

만남과 헤어짐 그 인연의 끝은 어디 쯤일까...

분노보다 슬픔에 더 익숙한 나

이제는 바뀌어 지려나...

끈적한 초여름 밤 정리되지 않은 개운치 못한 아쉬움은 남지만...

일상의 행복은 멀리 있지 않을거라는 확신은 작은 울림으로 남아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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