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영실에서-남볔분기점 까지
숨쉴 틈 없이 바쁜 일상
그 바쁨속에서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번민과 고뇌
그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산에 오릅니다.
재작년에 이어 작년,그리고 올해 또다시 제주도행
비행기에 올랐네요.
힘들고 외로운 인생길 누군가 동행이 있어
그나마 잠시 쉬어 가는 여유도 조금은 생기는것 같습니다.
때로는 삶의 궤적이란게 일정한 방향이 될수 없듯이
저의 삶도 결코 흐트러 지고 싶지 않다는 알량한 자존심이
상황을 더욱 꼬이게 만드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네요...
독백처럼 되뇌인 "한라산에 다시오마"
자신과의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밤12시 칠흑같은 어둠을 뚫고 한라산 영실 입구를 출발합니다.
어둠의 깊이 만큼이나 무겁고 깊은 침묵이 흐르는
등산로엔 오직 일행의 불규칙한 발자국 소리만이
밤의 정적을 깨웁니다.
이 깊은 어둠에 비례하여 내일 아침은
찬란한 아침해가 대지를 비추리라~
그렇게 많은 생각들을 하며 걷노라니
어느새 2.5km초입에 도착 하였습니다.
본격적인 산행은 이곳 오백나한상 입구부터지요.
잠깐의 휴식을 하고 다시 가파른 오르막과 계단이 이어지는
윗세오름대피소 근처까지 3.7km 등산로를 걷기 시작합니다.
국립공원의 입장시간이 한참 전이라
법을 어긴다는 무거운 마음도 잠시
저 앞에 갑자기 파란 불빛 두개가 보입니다.
극도의 긴장과 공포속에 헛기침도 해보고
고함도 쳐보지만 그 파란 불빛은 움직일줄 모릅니다.
이순간의 극한 공포는 법을 어긴 댓가일까요?
잠깐의 미동인듯 정체불명의 파란불은 분명
짐승의 눈동자였습니다.
등에는 어느덧 촉촉히 식은땀이 흐르고...
점점 가까워 오자 헤드랜턴 빛에 비친
파란불의 정체는 바로 이녀석이였습니다.
극도의 공포가 환희로 바뀌는 순간
타는듯한 갈증끝에 마시는 탄산음료 같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기에 충분 하였습니다.
고마운 녀석
이쁜 녀석
귀여운 녀석
너도 잠 못이루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나보다.
△도망가지도 않고 잠깐이지만 커다란 눈망을로 눈맞춤해주던 녀석 한라산 노루였습니다.
메인 카메라는 배낭안에 있어 급히 스마트폰으로 담았습니다.
노루와 기쁨의 조우를하고 숲속으로 천천히 사라지는 녀석을 배웅하고
가던길 재촉하다보니 어느덧 선작지와 평원에 도착합니다.
시간이 일러 피곤에 지친 몸을 잠시 누이고 얼마나 지났을까
꿈결인듯 누군가 깨우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깨어보니 한라산 남볔위로 붉은 여명이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완벽해 지려는 성격탓에 늘 자기불만에 마음 저렸던 순간들도
잠시 잊고 정신없이 셔터를 눌러댑니다.
차알~칵!
차알~칵!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에 듣는 소리 입니다.
△천지 신명이시여! 천지가 개벽하면 바로 이런 모습일까요?
△이제 완전히 밝아져 사방이 꽃으로 장식된 한라산 선작지왓의 꽃동산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지구상 어딘가에 파라다이스가 있다면 바로 이런 모습 아닐련지요.
△그렇게 맞은 아침을 뒤로하고 그 맛있다는 육개장 사발면을 먹기위해 윗세오름 대피소로 향합니다.
△파란하늘 티 한점 없는 솜털구름과 그것을 바라보는 나 이순간 분명 꿈을 꾸는듯 깨어나기 싫은 순간입니다.
△밤새 걸어 올랐던 등산로 안내 표지판입니다.
△한라산 윗세오름 대피소의 전경입니다. 이곳에서는 컵라면과 초코파이 생수 이온음료 등을 판매하는데
특히 고행끝에 먹는 육개장 라면의 맛이 그야말로 일품이었지요.
△밤새워 걸었던 그길을 보고 있습니다.
△윗세오름 대피소 주변의 고사목지대,구상나무 고사목이 그림같은 풍경의 한편을 온전히 채우고 있습니다.
△끝없이 펼쳐진 데크길 위로 멀리 등산객 한분이 걸음을 재촉합니다.
저분도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드디어 목적지에 다다른거겠죠.
△오래전부터 그자리에 굿굿히 버티고 선 해발1,700m 윗세오름 표지목
△대피소 건너편 윗세족 오름에도 아침빛이 스며듭니다. 완만한 곡선이 참으로 아름답네요.
△윗세오름 대피소에서 남벽까지 이어진 계단길, 이곳으로 내려서면 돈내코 방향의 하산길이고 그언저리쯤 지금은 통제중인
백록담으로 이어진 갈림길이 있습니다.
△남벽 분화구 밑에까지 가봤지만 이렇게 철쭉이 볼품이 없습니다. 긴긴 가뭄 탓이겠지요.
△한라산 풍광의 한축을 담당하는 구상나무,우리나라가 원조인 고유 수종이라 합니다.
△남벽에서 되돌아와 하산길에 바라본 윗세오름 대피소와 윗세족오름 풍경.
△가냘픈것이 바람에 훅 날릴것만 같은데 참으로 단아하고 이쁜 들꽃 녀석입니다.
노루샘 주변에서 촬영.
△하산길 선작지왓 평원에서 바라본 한라산 남볔.저 두분은 무슨 사연을 안고 이길을 걷고 있는지...
△아가야 너는 오르는 길 나는 내리막 길 이구나...너와나 나이 차이 만큼이나 어쩌면 이 절묘한 순간에 이곳을 지나고 있는지.
△사람들이 이곳 영실 코스를 선호 하는 까닭은 한라산 산행코스중 가장 짧은 코스이기도 해서지만
또한 이렇게 아기자기한 구상나무 숲과 탁트인 시야 떼문이기도 합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계단길 숨이 턱까지 차오를테지요.하지만 힘든 만큼 아름다운 속살을 보여주는곳이 자연이기도 합니다.
힘을 내소서.
간혹 퇴근시간에 집에 오면 불이 꺼져 있을때가 있습니다.
어둠이 드리워진 집안 휑한 공기는 사람의 마을마져도
얼어 붙게 하지요.
길거리를 거닐면 헝클어진 머리 초점 잃은 눈동자
마시다만 소주병 남루한 옷차림의 도무지 희망이라곤 없어 보이는
노숙인들을 볼때가 있습니다.
그들은 어쩌다 생의 나락에 떨어져
폐인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문득 연민의 정이 들면 지갑에서 얼머인지 손에 잡히는대로
꺼내서 쥐어주고 올때도 있었습니다.
어둠이 깊을수록 아침에 맞는 햇살은 더욱더 빛이 나겠지요.
나이에 상관 없이
성별에 상관 없이
지역에 상관 없이
모든 희망의 빛은 대지에 골고루 비칩니다.
우리 아름다운 마음으로 살아 가요.
산행기를 쓴다는게 구구절절 엉뚱한 이야기들만 써내려 갔네요.
산행을 통해서 어제의 힘들었던 기억을 지우고
다시금 시작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습니다.
어깨가 아파 병원에 갔더니 간호사분이
저더러 아버님은 어디가 아파서 오셨나 그래요.
아버님...
하! 벌써 내가 아버님 소리를 듣는 나이가 되었나...
강력히 부정하고 싶지만 세월앞에 장사는 없는것 같습니다.
행복하지 않아도 행복하다고
즐겁지 않아도 즐겁다고
그렇게 자신을 컨트롤하며 생의 내리막길을
조실스럽게 내려 가야 겠습니다.
아름다운 우리강산 그래야만
한 곳이라도 더 가볼 수 있지 않겠는지요...
넑두리 읽어 주셔서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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