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³о★청랑님 영상

두물머리의 저녁노을

운광 2012. 1. 13. 07:20

 

 

 

 

 

2012 우리들의 자화상

 

 

작고 낡은 판자로 덧씌워진 학교 울타리 너머로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들려왔지요

삼삼오오 모여 앉아 무엇들을 하는지

땡땡땡~ 울리는 종소리에도 아랑곳 하지않고

아이들은 바지가랭이가 흙범벅이 되든 말든

재잘거림을 멈추지 않습니다

 

검고 동그란 형태의 뿔테 안경을 쓰신

나이 지긋하신 교감 선생님의 호통이

귓전을 때립니다

요놈들아! 공부 시간이여

어여들 들어 가거라잉~~~

그제서야 학생들은 하나둘 엉덩이에 묻은

먼지를 터는둥 마는둥 교실로 향합니다

 

한참의 소란스러움이 교실에서도 이어집니다

이윽고 누군가 외치는 소리

아그들아 선생님 오신다

어여 자리에 앉으랑께~

선생님은 들고 있던 회초리로 교탁을 탁탁 내리 치십니다

조용조용~ 그라고 신성한 교실에 뭔 먼지가 이리도 많다냐

얼른 창문좀 열거라잉~

문쪽에 앉아있던 반장을 비롯한 두세명이

삐끄떡 거리는 낡은 유리창문을 힘겹게 열어 제끼자

겨울의 끝자락에 실려온 초봄의 싱긋함이

교실에 가득 채워집니다

 

따사로운 햇살이 소낙비처럼 내리쬐는

빛내림 사이로 아이들이 움직일때마다

너무도 선명한 먼지들이 숨죽인 교실 바닥으로

살포시 내려 앉습니다

하나 같이 빡빡 밀은 머리박에

여기저기 종기가 나 엄니가 덧나지 말라고 장날 사다 발라주신

상쾡이 기름과 이를 잡기위해 뿌려둔 하얀 약가루가

뒤범벅이된 뒤통수를 바라보며 아이들은 연신 키득거립니다

 

누가 누구를 가리켜 키득거리는지

여학생들 또한 하나같이 커트한 단발머리에

뒷머리는 바리깡으로 살짝 밀어 짧은 꼬리를

내어놓은 똑같은 형태의 국민 헤어스타일을 했지만

맑고 티없는 눈동자는 지금의 아이들과는 차원이 달랐던것 같습니다

비좁은 교실에 많게는 70여명이나 되는 아이들이

함께 딍굴며 미래를 꿈꾸던 우리 어린 시절의 학교가

산업화의 거센 파고 앞에 하나둘 사라져 가고 있었습니다

 

어제 문상길에 만난 친구들의 전언에 의하면

100년이 다된 제가 다니던 초등학교도

금년 신입생이 없어 폐교는 기정 사실이 되었다 합니다

안타깝고 가슴 아픈일이지만

우리의 농촌이 처한 현실은 부정할수 없는 위기였습니다

제 부모님이 살고 계신 면 단위만 하더라도

총인구 3,000여명중 70대 이상의 고령층 비중이 2,000여명

5-60대가 500여명 나머지가 3-40대라고 하더군요

 

그토록 사람사는 냄새 물씬 풍기던

우리들의 추억과 낭만이 있던 교정이 닫혀 갑니다

고향이 고사 되어 가고 있습니다

농어촌이 신음하고 있습니다

안타깝기 짝이 없습니다

당장 돌아 갈래도 떠난지 수십년이 지난터라

그것 또한 쉽지 않습니다

늙으신 부모님 마져 돌아가시면 아무도 지킬 사람 없는

우리들의 고향 마음이 무겁습니다...

 

 

경 OO초등학교 O회 아무개 아들 사법고시합격 축

경 OO초등학교 O회 아무개 딸 OO사관학교합격 축

몇년전 까지만 하더라도 동네 어귀에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던

축하 현수막도 이제 몇년 후면 더 이상 볼 수 없을것 같습니다

 

아침에 마시는 커피 맛이 씁슬합니다...

 

 

'´″″°³о★청랑님 영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화리 불타는 노을  (0) 2012.01.18
태백산에 오르다  (0) 2012.01.16
태백산의 새벽  (0) 2012.01.12
오색별빛정원전2(아침고요수목원)  (0) 2012.01.10
아침고요수목원의 별빛정원  (0) 2012.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