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한참을 오르니 어느새
가파르던 등산로가 밋밋해지고 세찬 바람이
귓전을 때린다.
동녁은 붉게 물들기 시작하고
배낭에서 카메라를 바로꺼내 셋팅하고
촬영을 시작한다. 주변을 둘러봐도 사진을 찍기 위해
오른 사람은 오직 나 뿐이다.
정신없이 셔터를 누르고 얼마나 지났을까?
햇님이 방긋 구름사이로 수줍게 모습을 드러낸다.
그렇게 촬영을 마치고 하산을 시작했다.
조금 내려가다 보니 어디선가 동박새 한마리가 푸드덕 거리며
내 뒤를 따른다.
눈이 쌓여 배가 고픈 탓인지 사람을 무서워 할줄 모른다.
가방안에 먹을거라도 있으면 주고 싶은데...
새는 한참이나 나를 쫒아 내려왔다.
새에게 말을 걸었다.
얘~ 춥지 않니?
배가 고픈가 보구나?
주차장까지 따라오면 아저씨가 맛나는거 많이 줄게~
새는 그렇게 한참을 따라 오다 어디론가 날아가고 없다.
올라 올때는 너무 힘들었던 길이 내려가자니
더 어렵다.
조심 조심 발을 디뎌가며 내려가는길
올라 올때는 어둠에 가려 보이지 않던 각양각색의 나무들이 보인다.
사슴나무,함박꽃나무,귀롱나무,사스레,물푸레,피나무,거제수나무,
시닥나무,회나무등 그 종을 다 헤아릴수 없는 나무들이
내게 반가운 인사를 건넨다.
그렇게 나무들의 배웅을 받으며 47분만에 유일사매표소 주차장에
발을 디딘 순간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온다.
따끈한 커피한잔을 뽑아 얼은 속을 달래며
차에 시동을 걸었다.
가자~ 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