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대교 야경

설 전날 원망스런 눈발이 그칠줄 모릅니다.

전날 말끔히 치워놓은 도로가 밤새 내린 눈으로

수북히 쌓여 성묘객들의 안전이 염려되어

전직원들이 팔을 걷어부치고 제설작업에 나서

주요 간선도로만 간신히 치우고나니

퇴근 시간이 되었습니다.

명절이 없었으면 하는 1인 차에 시동을 걸고

잠시 망설입니다.

집으로 곧장갈까?

아님 모처럼 조명이 들어온 서해대교 야경 촬영이나 갈까?

잠깐의 망설임 끝에 외곽순환 고속도로 성남ic로

차를 몰았습니다.

다행히 짧은 연휴 탓인지 늦은 귀성객 차량만 간혹 있을뿐

고속도로는 한산합니다.

서평택ic에 도착하니 1시간 정도 소요가 됩니다.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전에 갔었던 서해대교 바로밑

첫번째 포인트에 도착하니 이게 뭥미?

전에는 포인트에 어떻게든 들어갈수가 있었는데

높은 철재 담장으로 둘러쳐져 쥐한마리도 들어갈 틈이

보이질 않습니다.

하는수없이 제2포인트인 평택 2항 검문소로 향합니다.

간혹 공사중인탓에 덜컹거리는 도로를 지나

검문소에 도착하니 경비를 맡은 경찰관이 나옵니다.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니 사진촬영은 절대 안된답니다.ㅠㅠ

조명이 맨날 들어온것도 아니고 명절 몇일간 잠깐 들어와서

고향에 설쇠러도 못가고 퇴근길에 달려 왔는데 잠깐이면 됩니다.

좀봐주세요... 사정을 해도 요지부동입니다.

밖이 소란스러워서인지 안에 앉아있던 다른 경찰관이 나옵니다.

다시 자초지종 설명~그랬더니 그럼 안쪽으로는 안되고

초소 옆에서 잠깐 찍고 가라고 절충해줍니다.

오!신이시여....감사 감사를 연발합니다.

허용시간은 단 20분 마음이 급합니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더 허용해주길 바라며

트렁크에 실어놓은 지인분이 선물한 배박스가 눈에 들어와

그중 4개를 비닐봉지에 담아 이거라도 드시라고 했더니

경찰아저씨 왈~ 뭐 이런걸 다~~~

그러면서도 잘먹겠다며 받습니다.

서둘러 초소 뒤로 달려가 카메라를 셋팅하고 촬영하기

시작했는데 그넘의 조명색상은 왜 그리도 늦게 바뀌는지...

20분마다 바뀐다는 조명색이 느낌으로는 1시간도 더 걸리는것 같습니다.

바닷가라 교교한 가운데 바람만 세게 붑니다.

손은 시리고 귀는 감각이 없습니다.

허허~ 이럴때를 대비해 삼각대가 무식하게 튼튼해야 하는데...

암튼 주탑과 거리가 너무 멀어 200밀리 렌즈로 촬영하며 집중하는데

뭔가 뒤에 인기척이 들립니다.

저 아저씨 시간 다되었는데 아직 멀었나요?

경찰관이었습니다.

아닙니다. 거의 다되었습니다. 조금만 더 몇컷만 더 찍고 갈께요.

그리고 마침 초록색으로 조명이 바뀌길래 몇컷 더 찍고

주차장으로 철수 합니다.

보안등 밑에 비치는 내가 몹시도 추워보였는지

경찰관이 그럽니다.

저~아저씨 커피한잔 드릴까요?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아뇨 너무 추워 보이시는데 커피한잔 드릴께요.

잠깐만 기다리세요...

그러더니 종이컵에 커피한잔을 들고 나옵니다.

너무 추웠던 탓에 커피가 목구멍을 타고 내리는 순간

너무 달콤합니다.

사진 찍은거좀 볼수 있나요?

그럼요~하면서 LCD창을 열어 보여주니

경찰관 감탄을 연발합니다...

이 카메라 엄청 비싼거죠?

아뇨...한 중간정도로 보시면 됩니다.

얼마나 주면 살수 있나요?

지금 이 기종은 단종되었습니다만 새모델로 구입하신다면

350만원 정도 할겁니다...

그렇군요... 카메라는 캐논게 좋다 하드만 아저씨것도 캐논인가요?

그렇습니다...근데 비율로 보면 캐논 유저가 조금 많을 뿐이지

요즘 DSLR카메라는 다 좋습니다.

나중에 다시 오면 그때도 좀 봐주십시요 ㅎㅎ

그땐 절대로 안됩니다.

먼길 조심해서 가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경찰관의 배웅을 받으며

룰루랄라 서평택IC를 향해 차를 출발하였습니다.

그나저나 명절날 이게 무슨 청승이람....ㅋㅋ

집으로 돌아와 컴에 결과물을 옮기고 보니 급한 마음에 서두른데다

바람마져 강하게 불어 대부분 흔들리는 바람에

또한번 실망하며 그 중에 그나마

조금 덜 흔들린것 몇장 포스팅해 봅니다...

경찰아저씨들 고마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