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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운광 2006. 11. 15. 22:42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회색빛 보도블록 위로 단풍잎 찬바람에 흐드러져 날리고 네온사인 위로 달빛이 고개를 내밀 이때쯤은 그해 겨울 참 따뜻했던 추억이 한껏 여미었던 옷깃을 녹여주고 있다. 고향의 장재도 산마루위로 초겨울 하얀 달이 배가 만삭이 되어올 때쯤이면, 어머니는 올망졸망 4남매를 남기고 여다지 어장간으로 바지락을 캐러 가셨다. 내주먹이 클까 고구마가 클까 동생과 나는 고구마를 들고 산 아래로 저 산 너머로 눈이 가는 누나는 어머니와 바지락을 캐고 이른 새벽 장흥장날 팔러나가셨지요 이제나저제나 침 흘리며 기다리던 우리는 어둠이 짙게 내리기 시작하는 덕산 버스 정류장을 뚫어져라 보며 어머니를 기다리다 하얀색 버스가 터덜 터덜 교동재를 넘어 오면 버스정류장으로 달음질쳐 마중을 가곤 했지요 어머니의 몸빼 허리춤에 매달린 갯내음 비릿한 국방색 전대주머니 속 누런 싸라기 개떡 배부르다 손도 안 대시던 눈물의 그 콩 개떡 뉘엿뉘엿 넘어가는 해거름이 되어서야 피곤에 지친 몸을 이끌고 알보리 한됫박을 이고 지고 시린손 불며 집으로 돌아올 때면 왜 그리도 길옆 무덤이 그렇게 무서웠는지 또 왜 그리도 긴꼬리 달고 떨어지는 유성이 그렇게 무서웠는지. 그래도 그해 겨울은 참 따뜻했었는데... 2006년11/15일 ♣雲光♣
출처 : 장흥안양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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