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의 굴레
우리들 마음에는 원이 있습니다
어느 절의 주지스님께서 마당 한가운데 큰 원을 그려 놓고는
동자승을 불러서 문제를 내셨습니다.
"내가 마을을 다녀 왔을때 네가 이 원 안에 있으면
오늘 하루 종일 굶을 것이다.
하지만 원 밖에 있으면 이 절에서 내쫒을 것이다."
그리고는 마을로 내려 가셨습니다.
동자승은 난감 했습니다.
원 안에 있자니 가뜩이나 배가 고픈데 오늘 하루 종일 굶어야 할 것이고
원 밖에 있으면 절에서 내 쫒김을 당해야 하는 상황 이었으니까요.
여러분 이라면 이럴때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냥 하루종일 굶는 길을 선택할까요?
그냥 절을 나가야 할까요?
한 시간 뒤에 주지 스님께서 돌아 오셨습니다.
그런데 동자승은 하루 종일 굶을 필요도 없었고
절에서 내쫒김도 당하지 않았습니다.
어떤 선택을 했던 것일까요?
어느 분은 이 문제에 대해 원의 선 위에 서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네요.
물론,선 위에 있었다면 원 안도, 원 밖도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답이 아닙니다.
고정관념을 버리고 또 무상함에도 집착하지 않도록 합시다.
동자승은 한참을 고민하다가 마당 한구석에 놓인 빗자루를 들고와
스님이 그려 놓은 원을 쓱쓱 쓸어서 지워 버린 것입니다.
원이 없어 졌으니 원 안에 머무는 것도 아니요.
원 밖에 머무는 것도 아닌 것이지요.
그렇습니다.
원을 없애자 자유로울 수 있었습니다.
원 이라는 속박의 굴레에서 벗어 났으니 영혼의 자유를 얻은 것이지요.
우리들 마음 속에는 이러한 원을 하나씩은 다 가지고
있는것 같습니다.
물질 이라는 원,
명예 라는 원,
욕심 이라는 원,
마음 이라는 원,
그 밖에도 여러가지 원 안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지요.
이 원으로부터 자유로워 지려면
동자승 처럼 그 원을 쓱쓱 지워 버리는 혜안이 필요 한것 같습니다.
******************************************************
지난 10월17일부터 19일 어제 까지
참으로 오래 간만에 사흘 연휴를 쉬게 되었습니다.
일이 바빠 여름 휴가도 생략해야 했던 터라
사흘 연휴에 대한 기대가 컸음은 두말 할 필요가 없겠네요.
원래는 지리산 어디쯤에 올라가
국립공원 지라산의 가을 품에 안기려던 속셈 이었는데
중학교 동창회에서 갖은 압력(?)을 행사하는 바람에
기대와는 딴판으로 차질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모임에 참석하자니 지리산이 부르고
불참하자니 친구들에게 지탄의 대상이 되는 것 같아
고심 끝에 지리산행은 다음으로 미루고
동창 모임에 참석 하게 되었지요.
그렇게 황금 같은 연휴 이틀을 동창 모임에 헌납하고 나니
단 하루의 휴무가 남게 되었네요.
지리산 대신 도봉산에 가려던 계획을 바꿔 전에부터 눈 여겨 보았던
남양주 백봉산에 운동삼아 딱 한 컷 담고 싶었던 사진을 담으러
길을 나섰는데...
역시 욕심 이었나 봅니다.
최악의 미세먼지만 가득한 산 아래를 바라 보며 허탈함
원 안에 갇히고 말았지요.
내 복에.... 무슨...
그도 그럴것이 2015년 국립공원 사진 대전에서 대상을 받은
치크 박재성이란 분이
절친은 아니지만 북한산에서 몇번 만난 적이 있는지라
같은 장소에서 담은 사진인데 그 분은 대상을 거머쥐고
난 대상 대신 허탈함만 늘 안고 왔으니...
이것도 욕심이라면 욕심일 터...
스스로를 욕심이란 원 안에 가둔 우둔함에서 벗어 나기로 하였습니다.
대상이 아니면 어때?
내가 좋아 하는 일을 하는것으로 만족해야지...
여러분도 원 안에서 벗어나 보세요.
세상의 빛이 모두 내것이 될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