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출산 산행기
연일 계속되는 무더위에 심신이 지쳐만 갑니다.
생각지도 원치도 않았던 갑작스런 휴무에 어디를 갈까?
아니야 모처럼 집에서 늦잠도 자고 느긋한 아침을 열어 볼까?
고심을 거듭하다 가만히 있어도 이마에 송글송글 땀방울 흘리게 하는
태풍 너구리가 몰고온 습하고 무더운
때이른 열대야에 인내지수 한계에 이르러
주섬주섬 배낭을 챙겼습니다.
삶은 옥수수 두개,먹기좋은 크기로 잘라
사각 밀폐용기에 넣어둔 수박 조금과
미리 얼려놓은 물 두어병을 담아 간이 아이스박스에 넣고
길을 나섰지요.
월출산...
국립공원 답게 기암괴석과 맑은날이면 멀리 동쪽으로 지리산 영봉과
북동쪽의 무등산 남동쪽으로 천관산과 제암산 등등
호남의 명산들을 두루 조망할수 있는 명산이기에
습도 90%(운해 확률이 매우 높음)북서풍 초속 3m
03시까지는 흐리다 아침 여명시간에는 구름 사이로 해가
비칠거라는 예보를 굳게 믿고 집을 나섰습니다.
밤10시30분 분당에서 출발
동수원ic를 올라 경부고속도로 천안-논산 민자고속도로
호남고속도로 광주-무안 민자고속도로 일부를 경유하여
오늘의 산행 들머리인
강진 성전면 금릉 경포대에 02시 20분에 도착하였고
목포에 계신 선배 작가님 두분과 이곳에서 만나
오늘 목적했던 구정봉과 향로봉 일출을 담기위해
곧바로 산행을 시작하였지요.
달님은 짙은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고
터벅터벅 컴컴한 숲길을 작은 헤드랜턴 한개에 의지해
올라 갑니다.
지금은 이래도 아침 밝아오면 하늘이 훤히 열릴것이야...
목포 선배 작가님의 기대어린 중얼거림에
잠시 처졌던 발걸음이 빨라 집니다.
이 코스는 월출산 탐방을 시작한 이후 처음 가보는 코스입니다.
기대반,우려반...
조건은 운해가 들어오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데
그것이 어디 예보대로 되던가요?
인생이 그렇듯 맘먹은대로 안되는건
산악의 기상도 마찬가지인것 같습니다.
힘들게 구정봉에 올랐지만 먹구름은 되려 짙어가고
운해는 희멀건 박무와 심술궂은 바람의 입김에
제자리를 찾지 못하였습니다.
다음을 기약하며 포인트에 올라 본것만으로 만족하고
아쉬움을 뒤로하고 귀경길에 올랐습니다.
밤새워 운전하고 무거운 장비가방 멘 어깨에
굵고 붉은 띠가 훈장처럼 뻐근한 묵직한 피로를 남겨 두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