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오늘도 걷는다마는 정처없는 이바알길..............
옛 가요처럼 요즘의 제가 그렇습니다~
뭔가 위태위태하고 살얼음판을 걷는다는 느낌
여러가지로 복잡미묘한 생각들이 무척이나
머리속을 어지럽히는데 도통 하얗기만하지
또렷한 실체가 보이지 않는.......
생각만 해도 코끝이 찡해지고 눈시울이 붉어지는
이 복잡한 심경을 어찌 해야할지...
자고 있는 두 아들녀석의 얼굴을 바라봅니다
개구쟁이 작은 녀석이 어느덧 스물한살
8월 군입대를 앞두고 대학2학년 1학기를 마치기 위해
내일이면 속초로 향합니다
보기에도 믿음직스럽고 듬직한 큰녀석은 지 아비를 닮아
고지식하고 도통 편하고 가까운 지름길을 모르는 성격이지요
저 놈들은 저의 삶의 희망이자 용기이고 의무이기도 합니다
밤 공기는 아직 알싸한데 얇은 이불마져 걷어차고
웅크리고 새우잠을 자는 아이들의 모습을보니
아비로서 참 맘이 아픕니다
한창 생기발랄하고 청운의 푸른꿈들을 꾸고 있을 나이
나는 이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했으며
나는 이 아이들에게 아비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또 한사람...
업어가도 모를것 같은 깊은 잠에 빠져 있는
아내라는 사람...
가진것도 쥐뿔 없는 내게 아내라는 이름으로 들어와
어느덧 27년의 세월을 함께 한사람
명품으로 치장하고 해외여행이며 오직 가진자만이
누릴수 있는 인간세계의 최상위 클래스에서 호강은 커녕
변변한 금붙이하나 없는 이제는 관자놀이에 희끗희끗
제법 검은쪽보다 흰쪽이 많아보이는 머리칼에
눈가에 주름이 인고의 세월을 대신 한 가엾은 사람입니다...
어릴적 술에취한 모습이 죽도록 싫었기에
그때의 안좋았던 기억들로 지천명의 나이에도
아직은 한번에 건널수 없는 냇가 폭 만큼이나
간극이 있는 팔순을 훌쩍넘겨 노인이되신 아버지와 그 아버지의
그늘에 당신 목소리조차 제대로 한번 못해보고
55년의 세월을 살아오신 울엄니...
나는 무엇인가?
갑자기 봇물처럼 눈물이 쏟아집니다...
꺼이꺼이 숨소리조차 비명소리 처럼 크게들리는
적막한 방안에 설음이 와락 밀려와 처절한 비명은
통곡이 되어 흐릅니다
창밖은 어느덧 밝아오고 오늘 내가 나가지 않으면
저 사람과 아이들은???
하얗던 머릿속이 조금은 맑아진듯 "나가야"한다는
생각이 굼벵이 같은 뇌에게 명령을 전달합니다
그래요........
나가야지요.......
명품에 호가호식은 못시켜 주더라도 산입에
거미줄 치게 할수는 없으니까요...
대충씻고 차의 시동을 켭니다
부르릉 힘차게 걸리는 엔진소리에 기분이 좋아지네요
되도록이면 유쾌하고 즐거운 날들이길
내가 아는 모든분들에게 주어지길 기원하며
낯익은 출근길을 나서봅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십쇼~